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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창경궁의 겨울

마하칼라 2025. 12. 8. 21:09

2025. 12. 6.(토)

나홀로 여유롭게 창경궁 대온실에서 담은 붉고 노란 생명의 찬가

(춘당지는 정비 중이라 중장비가 작업을 하고있었고, 접근을 막기위해 길목마다 높은 펜스를 쳐놓았다.)

 

명정문

겨울이 깊어지면 세상은 무채색으로 변한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눈 내린 다음 날 찾은 창경궁은 그 어떤 계절보다 강렬한 원색의 향연을 펼쳐내고 있었습니다.

시리도록 투명한 파란 하늘과 대지를 덮은 순백의 눈은 깨끗하고 선명했습니다.

밤새 소리 없이 내려앉은 눈은 궐내의 흙바닥과 기와지붕을 하얗게 덮었습니다.

그 순백의 캔버스 위로 창경궁의 붉은 회랑과 단청이 더욱 짙은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차가운 날씨에도 고궁은 따뜻한 위엄을 잃지 않습니다.

깨끗하고 맑은 하늘과 맞닿은 기와 능선은 한국의 겨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웅변하는 듯합니다.

뽀드득, 눈 밟는 소리만이 유일한 소음인 이곳에서 걷다 보면 복잡했던 마음속 소란마저 눈처럼 하얗게 덮이는 기분이 듭니다.

차가운 바람에 코끝이 빨개질 무렵, 발길은 창경궁 대온실로 향했습니다.

근대 건축의 미학을 간직한 하얀 프레임 속으로 들어서자, 바깥세상과는 전혀 다른 계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동백입니다.

추운 겨울에  피어난 동백은 단순한 꽃이 아니라 '절개' 그 자체로 다가옵니다.

짙푸른 녹색 잎 사이로 터져 나온 붉은 꽃송이들은 바깥의 하얀 눈과 대비되어 더욱 고혹적입니다.

 

차가운 계절을 견디고 피어낸 그 붉은 열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잊고 있던 마음속 불꽃을 다시금 타오르게 만듭니다.

 

동백

 

섬기린초

동백의 붉은 아름다움에 취해 사진을 담다 보면,

어디선가 상큼하고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스칩니다.

바로 탐스럽게 열린 유자금감입니다.

 

유자

초록 잎사귀마다 맺힌 물방울은 보석처럼 반짝이고,

그 사이로 주렁주렁 매달린 노란 열매들은 마치 작은 태양 같습니다.

껍질 표면의 질감까지 생생하게 느껴지는 유자는 보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하고,

앙증맞은 금감은 귀여운 자태로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추운 겨울, 이 노란 열매들은 우리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따뜻한 계절이 올 거야"라고

속삭이는 듯한 따스한 위로를 건넵니다.

 

금감

창경궁의 겨울은 춥지만 춥지 않습니다.

밖에는 역사의 시간을 품은 설원이,

안에는 생명의 시간을 품은 꽃과 열매가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에 지쳐 무채색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다면,

눈 내린 창경궁으로 떠나보세요.

머리 위엔 시린 파란 하늘을,

가슴 속엔 붉은 동백과 노란 유자의 생명력을 가득 채워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금감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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